`공적인 장소에서의 사적인 두려움` - 외로운 현대인들을 그린 영화 알랭 레네의 `마음`

2010-09-14   조회수 : 5999

저 위 어딘가 천국에 하느님이 있고...
저 아래 지옥불이 기다린다는...
아니에요...
그런 걸 믿지 못하겠어요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어요
난 인생을 혼자서 살아가는 거라 생각해요
이런 말 어떨지 모르지만
리오넬, 제 생각엔...
그 보다는 더 복잡한 문제에요
나도 지옥에 대해 많이 믿지 않아요
또 다른 천벌에 대해서두요
만약 지옥불이란 게 있다면 우리 마음속에 타고 있는 거에요
우리의 나약함과 실수로 그 불을 지피고 있지요
그걸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불이 우리를 삼키고
더 심하게는 다른 사람 까지도 삼키죠
우리 안에 있다구요?
난 그렇게 믿어요
당신 안에도?
 
 
느리게 시내를 저공 비행하던 카메라가 어느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도입부 이후 영화는 모두 실내에서만 촬영되었다. 실내에서 보이는 바깥세상에는 항상 눈이 온다. 쇼윈도를 통해 보이는 거리는 물론, 화면에 작은 창이라도 나타나면 어김없이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알랑레네 감독은 이렇게 한없이 내리는 눈을 배경으로 외로운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인간 사이의 진솔한 관계를 목말라하는 여섯 명의 삶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며 진행되며, 이들은 서로 유기적 연관을 맺고 이어진다. 영화에는 특별한 스토리 전개도 없고, 결말도 없다. 위기도 없고 반전도 없다. 등장인물가운데나쁜사람도없다. 단지 도시 생활의 이면, 그들의 어쩔없는 외로운 모습일 -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보는 프랑스영화는 나에게 너무 낯설었고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철학적인, 답을 없는 영화의 매력에 이끌려 차례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보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또한 탄성도 끊이지 않았으며 볼수록 알랭레네 감독에 대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없었다.
 
우선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 있는 심하게 얽혀있는 사람들의 관계와 가지모습을 보여주는 여자의 이야기나 여자를 화나게하는 병든 노인의 욕설 등은 굉장한 재미를주었다. 이런 재미있는 얘기때문에 나는 일단 영화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 영화를 지루하다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이런 장면장면에서 몰입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올 밖에 없다. 모순된 행동, 허식적 마음 등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모습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알랭 레네의 '마음'은 어떠한 억압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타래처럼 에피소드들이 교차하지만 주인공들의 연기도 카메라웍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의 묘미는 바로 극단적인 줌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부분은 내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부분이다. 영화평론가도 아닌, 그렇다고 이렇다할 매니아도 아닌 내가 영화에 대한 복잡한 분석적 이유가 아니라, 나에겐 단순히 부분이 신선했다. 극단적인 줌은 영화에 일관성이 갑자기 깨지게되면서 영화에 집중하게되고 카메라의 존재를 확인하게되므로 영화를 제대로 인식하게된다.
 
이렇게 카메라로 영화적인 요소를 보여주면서도 알랭레네는 연극적인 요소도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영화적으로는 말이 안된다고도 있는 조명으로 영화적 재미를 더하고 안되는 세트 촬영만으로 영화를 진행하는 멋진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연극적인 조명 아래 멈춰있는 배우들의 모습은 엄청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고전 영화 같은 끝은 너무나 완벽하다.
 
다시 시작에서 언급한 `내리는 장면`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면, 알랭레네는 영화의 장면 사이 사이에 눈이 내리는 화면을 보여줌으로써 인물들 사이의 갈등 영화의 다른 제목인 '공적인 장소에서의 사적인 두려움'누그러트려 준다. 어쨌든 이런 여러 가지 면을 합쳐서 생각해 보면 영화는 분명히 내 인생의 명작 중에 들어갈 있는 작품이 틀림없다.
 
 
나는 이 영화를 지금까지 6번이나 보았다. 소통의 부재, 또는 마음이 모두 전달되지 못한 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해가 생겨나고 그로 인해 고독과 고통을 느끼고...적어도 내 안의 모든걸 전달하지 못하더라고 진실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며, 문득 `외롭다` 느껴지는 날이면, 이 영화를 찾게 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이 영화에서 던져주는 `공적인 장소에서의 사적인 두려움`에 대한 해석과 해답을 각자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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