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줄 아는 지혜

2010-09-14   조회수 : 5696

  한 때 “아침형 인간”이 한반도의 아침을 쓸고 가자, 이어 반격하듯 “저녁형 인간” 반기를 들며 나타났고, 이에 질세라 다양한 유형의 인간들이 들쭉날쭉 고개를 들었다. 그 중 정리형 인간이 있었는데, 우리는 누구나 정리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크게 이슈가 되진 않았던 것 같다.

정리형 인간이 주장하는 대로 정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버리는 것 이다. 아무리 자신이 평소에 정리를 잘하고 간소하게 산다는 사람도 막상 이사를 몇 번 거치게 되면, 얼마나 많은 짐들을 이고 지고 사는지 작은 집에서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는 짐들과 조우할 때 깨닫게 된다. 정리를 안해서 생긴 일일까? 버리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버리지 않음은 우리의 소중한 물품들을 한 순간에 으로 전락시킨다. 당신은 얼마만큼의 을 안고 살고 있는가? 당신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래의 항목을 돌아보며 삶의 무게를 줄여보자.

 

 

1, 옷장

  옷장을 열어보자. 옷장 속에 물을 마신다는 하마가 물보다 옷을 마시는데 힘들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조기술의 발달로 옷은 큰 사고가 없는 한 찢어져서 버리는 일은 없어졌고, 유행이 지나거나 실증이 나서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렇게 버려진다면 다행이나, 대게는 버리자니 아깝고 왠지 놔두면 언젠가 입을 것 같아 묵혀두고 있는 옷들이 옷장에 가득하다. 일단 지난 2년간 입지 않았던 옷은 향후 2년 동안도 입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행이 다시 돌아온다고 기다려도, 그 유행이 되돌아 올 즈음 색이 바래거나 곰팡이가 피거나, 혹은 유행의 회전 기간만큼 늘어난 체중에 다시 못 입게 될 확률이 높으니 미련 없이 버리자. 그래도 백화점에서 큰 맘먹고 마네킨을 벗겨가며 산 옷이라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름다운 가게(www.beautifulstore.org)에 기증하거나 녹색가게(www.greenshop.co.kr)에 가져가서 다른 물품과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안입는 옷이 사라지면 되려 입을 옷이 더 많아지고, 이에 옷 가득한 옷장 앞에서 입을 옷이 없다라는 생각은 없어지게 될 테니

 

 

2. 책장

  책장에 두 번 이상 꺼내 읽은 책은 몇 권인가? 대부분의 책은 한번 읽고 꽂아두거나 아님 한번도 읽지 않았는데 왠지 언젠간 필요할 것 같아 그냥 놔둬서 뽀얀 먼지로 한번 더 커버를 입혀주는 경우가 많다.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대학 시절 기말고사 때도 들여다 보지 않은 교양서적부터 해서 새해 굳은 다짐으로 사서는 27페이지까지만 까만 외국어 서적까지, 언제 읽을지 애매한 책들이다. 혹은 유명인사들이 사진을 찍을 때 지적인 면모를 내세우려 꼭 책장 앞에서 사진을 찍듯 장식용으로 모셔둔 xx원론, xx이론, xx학 등의 외계서적들은 아닌지? 자신이 여러 번 들춰보며 현재의 업무나 학업, 혹은 교양을 실질적 도움을 주는 책이나 꼭 남겨놔야 하는 책이 아니라면, 주변의 후배들이나 지인들에게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건내주자. 당신의 인격과 품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함께 지식을 공유하는 커넥팅은 그 이상의 가치를 안겨 줄 것이다. 안타깝게도 책을 전달할 친구도 후배도 없는 좁은 네트웍의 소유자나, 혹은 그냥 남 주기엔 책에 투자한 돈이 아깝다면, 인터파크(www.interpark.co.kr)에 헌책방에 판매자로 등록하여 중고책을 온라인으로 직접 팔 수 있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인터파크 헌책방에다 판매해도 된다. 등록하고 상자에만 넣어두는 수고만 해준다면 인터파크에서 직접 픽업하여 판매 대행해주며, 판매여부와 상관없이 책 전달 후 판매금액을 받을 수 있다.

 

 

3.냉장고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좋은 물건을 싸게 사게 된 이점은 냉장고를 배불려 주었다. 이것이 이득인지 손해인지는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다른데, 어떤 경우에는 냉장고가 어느 순간 다양한 곰팡이와 세균을 발아시켜 연구하는 실험실의 냉장고로 발전할 때도 있다. 혹시 당신도 언젠가 산 식빵이 화분에 오아시스처럼 변한 것을 보았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먼저 냉장고의 유통기한 지난 식품은 모두 버리고, 먹고 남은 재료들은 잘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나중에 훌륭한 식재료로 탈변하게 될 것이다. 때로는 이렇게 넣어둔 것도 잊어버리고 계속 묵혀둘 수 있으므로 상자에 라벨을 붙여 잘 정리해두면 버리는 음식물을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홀로 사는 독신이나 집에서 음식을 먹는 시간이 적은 직장인 부부라면, 대형마트보단 가까운 마트에서 필요한 만큼의 양만을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더 경제적이다. 대형마트에 묶음상품들을 사면서 사다놓으면 언젠간 먹겠지하는 생각은 사다놨기 때문에 먹게되는현상을 만들게 된다. 버림을 미연에 방지하려 적게 사는 것이 냉장고만 슬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몸매까지도 슬림하게 해줄 것이다.

 

 

4.컴퓨터

  급하다고 마구 저장해 버린 파일들이 드라이브마다 폴더 정리도 없이 마구 잡이로 저장되어 있다면 나중에 찾기도 힘들다. 더욱이 찾기 쉽게 바탕화면에 저장해 둔 것이 쌓이면 부팅시간만 늦어진다. 미리 저장할 때 잘 저장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마구잡이로 쌓아둔 파일은 나중에 어떤 것이 최종본인지 몰라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모르게 되어 결국 기타폴더를 만들어 한꺼번에 넣어두게 된다. 이렇게 엉망으로 버릴 수도 없게 되거나, 혹은 언젠간 볼 것 같고 유용할 것 같아 놔둔 파일들이 하드의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영구 보존할 데이터는 CD로 구워두고, 오래되거나 보지 않는 파일들을 삭제해보자. 지워진 용량만큼 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음은 물론,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5.책상과 서랍

  퇴근 시간 후의 책상들을 보면, 어떤 책상은 마치 건물에 화재경보가 울려 급히 빠져 나간 것처럼, 혹은 아직 퇴근을 안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가 하면, 어떤 책상은 오늘로 퇴사해요~하는 느낌을 안겨줄 만큼 정돈된 느낌의 책상이 있다. 서랍의 경우는, 누군가 빌려달라는 물품을 꺼내려다 차마 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개인적인 물품과 회사 물품이 구분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정리의 기술이란 책에서는 비즈니스 맨이 물건을 찾는 시간이 1년에 150시간이라고 한다. 우리가 정리를 잘하면 그만큼 물건을 찾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인데, 오래도록 회사를 다닌 사람이라면, 그 많은 서류와 데이터를 잘 정리해도 찾기 힘들 정도이다보니 정리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바쁘더라도 매번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남겨둘 것만 구분하여 버리고, 오래된 프로젝트일 경우 시효가 지났다면 과감히 정리하자. 나중에 그 과정보다 결과보고서나 최종 제작물만을 보게 될 경우가 많으므로 문제가 없는 한에서 정리해두는 것도 좋다. 서랍 역시 쓸데없이 차지한 물품들을 버리거나 정리해두면 부재시 부득이하게 다른 이가 서랍에서 무언가 대신 찾아야 할 때 쉽게 찾을 수 있음은, 물론 깔끔한 이미지로 당신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6.휴대폰 연락처 & 명함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일수록 명함과 휴대폰의 연락처는 늘어나게 된다. 혹자는 이것이 자신의 인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자랑처럼 늘여 보이기도 한다. 허나, 비 오는 어느 저녁, 맥주 한잔이 생각나 휴대폰을 열었을 때 그 많은 번호들을 스치면서 정작 전화할 이가 없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던가. 혹은 이름 옆에 어떤 직함이나 회사명을 같이 저장해두지 않아 누군지 도통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 혹시라도 터치폰의 위력으로 나도 모르게 전화가 걸려졌다거나, 아기가 만지작거리다가 3년간 연락을 기피한 친구에게 전화가가 걸려 나도 모르게 친근한 안부를 물으며 다음 술자리 약속을 해버리고 끊어버린 황당한 경험은 없으신지. 휴대폰에 저장된 모르는 번호나 받은 지 2~3년 이상 지난 명함은 미련 없이 버려라. 대개는 2~3년 이내에 직급이 바뀌거나 회사가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없는 정보일 수도 있으며, 더욱이 친분도 없는 관계라면 그만한 기간 후에 왠만한 일로 다시 연락할 일은 없을 확률이 높다.

 

 

7.사람

  친구는 기본적으로 3번 바뀌는 것 같다. 첫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진학을 하면서 혹은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변하는 사회적 변화를 통해서, 둘째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서 겪는 관계의 변화를 통해서, 셋째로는 병과 죽음으로 이별을 하는 생물적 변화를 맞으며 바뀌게 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 정리가 되어지는 친구 관계가 있는가 하면, 셋째를 제외한 앞서 두 가지 변화에도 계속되는 친구가 있다. 우린 이것을 우정이며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인연 중에는 스스로가 발전하고 영역을 펼쳐가게 되면서 그 새로운 범주에서 생성된 인연으로 같이 성장을 도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서로를 이끌어주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정서상의 교류로써도 친구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같이 만나 특별한 아젠다 없이 시간만 죽인다거나,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관계나 서로에게 발전이 없는 상태로 유지되는 관계도 있는데, 이런 관계가 너무 많아서 자신의 길조차 제대로 걷지 못한다면, 관계의 정리가 필요하다. 시간은 정해져 있고, 내가 만나고 관리할 수 있는 친구도 제한되어 있다. 모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듯이, 내가 모두의 친구가 될 수 없다. 이는 실리적으로 득이 되는 친구만 만나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모하는 에너지와 시간이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고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없는 관계라면 과감히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8.과거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현재의 걱정, 고민

  어떤 이가 자신의 지난 날의 성공이나 타의 귀감이 되었던 업적을 말할 때면 참 대단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성공 이야기를 한번 이상 즐겨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현재 실패자의 확률이 높다. 심리적으로 자신의 과거의 성공을 들추어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은 현재보다 더 나은 과거의 자신을 끌어서 불만족스러운 지금의 나에 덧씌우는 것이다. 반대로 과거의 실패만을 되뇌이며 위축되어 현재를 100%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둘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지구의 질고를 모두 지고 가는 듯한 걱정과 고민이다. 이렇게 과거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는 현재를 불만족하거나 불안해하는 성향 때문에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사은품처럼 따라 붙게 되어있다. , 과거의 성공만을 되새김질 사람이여, 과거의 성공의 기억은 버리고 미래의 성공을 꿈꾸자, 아울러, 자기 입으로 자신의 성공을 말하면 마이너스, 남이 자신의 성공을 대신 이야기 해줄 땐 곱하기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실패에 두려움에 멈춰있는 사람이여, 모든 사람이 실수와 실패를 하며 성장한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란 걸 명심하고 실패의 기억을 버리자. 걱정과 고민을 통해서 현실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면 이 또한 버리자. 스트레스는 단것과 담배만 끌어당길 뿐, 백해무익하다.

 

 

 

  지난 3월 법정스님이 입적하시면서, 본인의 이름으로 나오는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 말아달라는 유언은 그분의 고귀한 뜻과 다르게 절판을 우려한 독자들로 인해 서점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그의 책이 단기간에 품절이라는 기암을 토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볼 것은, 그렇게 집착적으로 그의 책을 구매한 사람들의 지금의 삶은 그 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진정 무엇을 위한 소유이며, 누구를 위한 집착이었을까? 우리도 혹시 그저 소유를 위한 소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버리는 것.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다. 그래서 그분의 말씀이 더 와 닿는 것은 아닐까 싶다.

 

 

 

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한번쯤 생각해 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서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법정스님 [무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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