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ITAL BOUNCE'
4년 만에 국내에 복귀한 세븐이 선택한 새 앨범 타이틀명이다. 노래의 제목처럼 디지털은 인간에게 ‘혁명’이었다. 그것은 이제껏 출현했던 그 어떤 것들보다 더 빠르고 깊게- 우리의 생각을, 행동을, 삶을 뒤흔들었다. 바쁘게 진화하는 ‘디지털’은 우리에 기생하며, 사고를 틀어쥐고는 스스로의 주문대로 우리를 움직이게 했다. 그의 주문은 너무나 강력해서 이미 그 늪에 빠져버린 사람들은 그것을 끊어낼 수 없게 만들었다. 그 틈을 타 ‘디지털’적 이성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아날로그’적 감성을 버리라고 종용해왔다. ‘낡은 감성 따위는 버리고, 폼나는 이성을 쫓아라!’ 급기야 디지털은 새로운 감성을 창조하기에 이른다. ‘Digital bounce, Digital sound..’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는 기계음은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을 뛰게 만들고는 조용히 속삭인다. ‘이제 너는 디지털이 만들어 낸 사랑에 빠졌다.’
‘디지털, 아날로그를 기억하다.
그러나 디지털이 만들어낸 감성은 여러모로 잡음이 많았다. 로봇의 웃음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서늘함, 강렬한 비트가 끝나면 급하게 사라지는 허무함, 쏟아지는 새로운 것들을 소비하며 느끼는 허탈함.. 마치 심장이 없는 그녀의 고백처럼 디지털의 감성은 왠지 ‘깊이’가 없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thhNNKQv1EM]
이런 점에서 이번 삼성 3d LED TV 광고는 탁월한 선택을 했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무려 5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 광고를 선택하게 했을까? 이 광고는 거대한 디지털의 발자취에 숨어있었던 아날로그적 감성을 깨우는 데 성공했다. 광고 속 디지털은 인위적으로 감성을 창조하는 대신, 아날로그를 끌어왔다. 디지털적 ‘이성’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낸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을 조종하고 움직이려 하지 않고도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디지털의 외형을 그대로 간직한 채, 마음 한 켠에 자리하고 있던 아날로그에 대한 감수를 자극한 것이다.
'너, 나, 그리고 우리‘
이제 사라져가는 가치를 힘으로 몰살시키는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가치는 이전 것으로 인해 더욱 풍성해지며 이전 것이 있었기에 더욱 새로워진다. 억눌린 가치는 욕망으로 폭발한다.
포용과 상생, 이해와 관용, Convergence!
한번 깨어난 사람들은 ‘Digital Bounce’의 사운드에 현혹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화려함에 가려졌던 소소함, 빠름에 뒤쳐졌던 느림을 우리는 잊지 않았다.
그리고 아날로그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