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제가 어떤 결론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겠죠?
혹시나 해서 미리 말씀 드리자면 이 글에는 어떠한 결론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제목에 낚인 겁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하지만 위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이왕 들어오신 거 끝까지 읽으시면
제안서 작성에 중요한 화두(?) 하나를 저와 함께 잠시 생각할 시간은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의 출발은 단순합니다.
‘성공한 제안서에 어떤 패턴이 있고, 만약 그 패턴을 정의할 수 있다면, 승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패턴을 나름대로 정의해 보면 ‘어떤 가치를 선택하게 하는 반복적 유형’입니다.
좀 쉽게 말하면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나 크리에이티브를 선택하는데 ‘일정한 눈높이’ 또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는 시각’이라는 공통된 감각의 존이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가설입니다.
물론 브랜드, 제품별로 환경이 다르고, 그렇기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대는 유사한 매체 환경과 트랜드, 사회적 분위기, 소비자의 니즈 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전략이나 크리에이티브가 좋다라고 평가할 때의 느끼는 공통된 감각의 존이 존재할 것이라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 감각에 맞춘 기획서는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패턴에 대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가위바위보 세계 챔피언이 있습니다. (실제로 있습니다. 세계선수권대회도 있고, 세계협회도 있습니다.)
가위바위보 세계 챔피언과 제가 한판으로 승부를 낸다면 승률은 같을 겁니다.
하지만 10판, 100판으로 승부를 낸다면 제가 이길 확률은 점점 낮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 챔피언은 저의 패턴을 빨리 찾아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력을 한 순간에 따라 잡을 수는 없습니다.
가위바위보가 랜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까?
세계가위바위보협회(World RPS Society)의 웹사이트에 랜덤 전략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이 있습니다.
“인간이기에 수를 선택할 때 언제나 충동이나 감정이 작용하고, 따라서 무작위를 택한다 해도 결국 무의식적이지만 충분히 예측 가능한 패턴에 안주하게 된다.”
또 하나 야구의 투수에게는 볼 배합 패턴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직구를 던질 것인지 변화구를 던질 것인지 두고 치열한 두뇌 싸움을 하는 게임이 야구입니다.
정확한 무작위 패턴을 보이기 위해서는 직구와 변화구의 비율이 6:4라면 주머니에 직구 구슬 6개와 변화구 구슬 4개를 넣고 구슬이 뽑히는 대로 던지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투수나 포수가 그런 방법으로 볼 배합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야구에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볼 배합 패턴이 나옵니다.
자연히 베테랑이 될수록 선구안이 높아집니다. 경험의 가치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제안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보면,
OT를 통해 미션을 확인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듭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미션은 만만치 않고, 극단적인 방안까지 고려해야만 합니다.
미션에 몰입할수록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상 행동이 나타납니다.
굉장히 진부한 아이디어가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원론적인 전략을 들고 들어가 수업을 하듯 PT를 합니다.
때로는 현실성이 굉장히 낮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환호를 하거나, 개념은 거창한데 크리에이티브가 실망인 경우도 많습니다.
지쳐서 이 단계에서 안주하면 아주 그냥 ‘꽝’이 됩니다.
다행히 이 단계를 넘어간다면 이제 가장 중요한 문제와 조우하게 됩니다.
성공한 제안서를 만드는 공통된 감각의 존이 어디냐는 문제입니다.
진부함과 신선함이 만나는 어느 지점, 이론과 경험적 데이터가 만나는 어느 지점,
증거 자료와 통찰력이 만나는 어느 지점에 깃발을 꽂을 것인가 고민하게 됩니다.
이럴 때는 우선 시뮬레이션을 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얘기할 때의 클라이언트의 반응은 어떨 것이다라고 추론하는 과정입니다.
문제는 대부분 PT에서의 반응은 그 예상을 넘어갑니다. 겨드랑이가 서늘해지고 진땀이 흐르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두서 없는 기, 승, 전을 뒤로하고, 이제 결론.
어떻게 공통된 감각의 존을 찾는 감각을 키울 것인가?
1. 복기
이창호는 바둑을 지면 자신이 납득할 때까지 밤새 복기를 했다고 합니다.
PT가 끝나면 참석자의 반응을 상기하면서 복기해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의 단점은 자꾸 혼잣말을 하거나, 머리를 때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단기적이지만 식욕이 사라지고, 심하면 자신감을 잃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후유증을 몇 차례 극복하고 나면 고객의 반응에 대한 시물레이션의 정밀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2. 경험자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대로 한 분야를 10년 이상 파면 선수(?)가 됩니다.
10년 이상 제안서, PT의 경험이 있는 시니어의 의견을 구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고 그의 의견을 일단 받아들이세요.
또는 평가자(클라이언트)의 경험이 더해지면 더 좋습니다.
그들의 통찰력이라는 무기는 여러분을 강하게 무장시킬 것입니다.
3. 성공한 제안서
제안서를 작성하기 전, PT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성공한 제안서를 보세요.
무엇이라 정확히 꼬집을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긴 감각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괜히 실패한 제안서를 보고 오류를 피해가려고 하지 마세요.
감각은 어느새 오류를 체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결론은 없습니다.
그냥 하나의 가설이고, 누적된 경험이 만들었을 개인적 감각이 시키는 대로 타이핑 했을 뿐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혹시 결론에 추가할 분은 댓글을 달아주세요.
감탄을 주는 댓글에는 확실히 사례하겠습니다.
s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