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2010-10-04   조회수 : 6376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였던가 가만히 떠올려 보면, 대학교 3학년 시절 국토대장정을 완주하고 난 후부터 인가!

물론 멀게 느껴지는 시절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충분히 너무나도 젊기 때문이다 *.*

 

나는 걸으면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좋아한다.

나는 어린 시절, 엄마와 들렀던 시장에서 “우리 엄마는 왜 모르는 사람에게 저렇게 친한척 말을 건네는건가”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어쩌면 엄마의 그 행동을 이해할 나이가 되버렸는지도 모르지만

길을 걷다보면 함께 같은 길을 밟아 가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 질 수 있고 인연을 이어 갈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어느 노부부가 준 아삭한 오이에 한줄기 땀줄기를 식혔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막 잠을 깬 내 머리맡에 놓여있는 한라봉에 미소 지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단순하게도 나의 모든 기쁨은 “먹는 것”과 맞닿아 있다.  내가 오후 4시마다 회사를 떠돌며 간식을 구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하하)

 나는 걸으면서 잡다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나는 머리가 잘 회전되는 타입이 아니지만, 혼자 걷게 내버려두면 이런 저런 말도 안되는 잡다한 생각들을 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즐겁다.

“아.. 회사에 다시 돌아가야 하나?ㅋㅋ” “왜 이 미모와 타고난 쿨한 성격에 남자친구가 없는 것인가?”

“오늘 머물 게스트하우스에 영화 같은 낭만은 없는가..” 등등의 아주 생산성 가득한 질문들을 늘어놓는 시간들이다.(하하하). 회의실에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던 아이디어들이 한번씩 솟아나는 1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진귀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상상하지 못한 상상을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나는 좋아한다.

 

나는 걸으면서 마주하는 바람 한모금을 좋아한다.

열심히 걸은 후 정상에서 마주하는 시원한 바람 한모금을 만나는 시간은

주문한 음식이 주문서에 다 체크되어 있지 않아, 나의 예상을 뛰어 넘은 초처가의 계산을 하게 될때의  짜릿함과 기쁨 정도라고 설명해 두겠다. 이해할 수 없다면 각자가 상상하는 가장 짜릿했던 순간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는 걸으면서 더욱 더 튼튼해 지는 내 종아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제주도 올레길에서 만난 지인이 나의 뒤에서 살며시 물었다

“아름아… 너 운동하니? 내 종아리랑 니 종아리랑 바꾸고 싶다”

그 분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끈함을 자랑하는 종아리를 소유하고 계신 분이였다.

나의 종아리에게 고함이다..더욱 더 성장하지 말아다오!

 

나는 걸으면서 만나는 생각지 못한 “상황”을 좋아한다.

“걸음” 에는 짜여진 각본이 없는 대신 여러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상황1. 걷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온다. 어쩔수 없다. 그냥 걸어야 한다. 비가 나 때문에 그쳐주지 않으니까

상황2. 안쓰럽게 보던 어르신들이, 이곳저곳에서 먹을것을 가져다 주신다. 베스트다. 더욱더 불쌍한척 하는 거다.

상황3. 생각지 못한 로맨스를 만날 수 있다. 정말 제주도의 푸른밤이 될 지도 모른다. 사랑이 필요하다면 무조건 걸어라. (꺄울!)

 

사실 정말 좋아하는 건 왜 좋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더 많다

어느 누구처럼 나를 시험하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다.

나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에너지를 얻어오는 시간이 바로 걷고 있을 때이다.  나는 길에서 사람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즐거움을 만난다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 나는 또 어딘가를 걷고 있을 것이다.

어느 멋진 순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종아리를 가진 미모의 여인이 길을 걷고 있다면

나이길 의심해 보셔도 좋다! 내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아놔름을 만나게 될것이다.

 

나는 걷고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내 인생의 길처럼..

 

2010 SEOUL DESIGN FAIR에 다녀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