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2 디지털 네이티브
갓 대학생이 된 이들이 PC통신을 활발하게 즐기던 1990년대 중반. 매스컴에서는 이들을 X세대라 부르며 신종 인류의 탄생을 조명했다. 컴퓨터로 리포트를 쓰고 채팅을 연애를 하는 디지털 1세대의 모습으로 기성 세대는 흥미롭게 지켜봤다.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의 X세대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후천적인 학습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디지털은 선천적인 능력이라 여겨질 만큼 자연스럽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내뱉고 난 뒤 네이버주니어로 단어를 익히고, ‘깍두기 공책’대신 채팅창에 ‘짧을 글짓기’를 하며 자라난다. 아날로그 물건보다 손때 묻은 디지털 기기에 오히려 향수를 느끼는 세대. 해외에서 외국어를 익힌 ‘네이티브 스피커 (native speaker)’에 빗대어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digital native)’로 불린다.
온라인 자급자족
디지털 네이티브는 세계의 웹사이트를 골목처럼 뛰어다니면 논다. 그 시절 꼬마들이 빈 병을 수집해 구멍가게에 내다팔아 용돈을 벌었다면, 새로운 인류는 세계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주머니를 채우는 법을 알고 있다.
가진 것은 무엇이든 파는 온라인 벼룩시장 에시닷컴(etsy.com), 인터넷공간에 제3세계를 돕기 위해 소액대출을 해주는 키바(kiva.com), 해피빈 자원봉사자 사이트(happybean.naver.com)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인터넷공간을 통한 돈과 돈, 사람과 사람의 연결고리의 다양함이 아닐까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세상은 B2B가 아닌 P2P로 세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뭔가 뜻 깊은 일에 작은 시간이나 열정을 더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한다.
인터넷 언어교환
인터넷은 시공간을 좁혀놓았다, 반대로 세계인과의 접촉점은 넓혀놓았다. 최근에는 일대일 언어교환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과, 외국어를 배우고 싶은 한국인이 만나 서로의 선생님이 되어주는 것이다.
온라인 언어교환 사이트(lang-8.com), 여행의 무료잠자리를 제공하는 카우치서핑(couchsurfing.com), 휴가를 위해 집을 바꾸는 홈익스체인지(homeexchange.com), 정보화 홍수 속에 풍성하고 유익한 정보의 교환이 더더욱 인터넷 세상을 훈훈하게 한다. 전세계의 글로벌화!! 과연 빨라진 교통수단 때문일까? 빨라진 네트워크의 힘이 아닐까 한다. 주변에 친구가 많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다. 인터넷의 인적 네트워킹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자가 진정 강한자다.
쿼터리즘(quarterism)
빠른 회신을 기다리는 ‘퀵백 세대’는 반응이 없으면 안달한다. 문자로 메시지를 보낸 뒤, 바로 답이 없으면 전화로 확인해 채근하는 세대다. 어른들은 물로 “요즘 애들은 도무지 참을성이 없다”라면 꾸짖는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는 사실, 참을 필요가 없는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실시간 메신저, 문자메시지, 트위터, 스마트폰은 드디어 현대인을 정신병자로 만들었다, 3분에서 6분마다 한 번씩 휴대폰을 만지고, 착각마저 일으키는 ‘유령진동 증후군’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한 가지 일에 15분 이상을 집중하지 못한다. 그럼 기업들은 어떡하면 이러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빠른 시절일수록 단순한 것이 먹힌다. 애플의 예처럼 디지털 기기들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점점 단순해지고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유인책들을 개발해 내고 있다. 업무환경에서는 개개인에게 도전성과 재미, 성취감을 어떻게 부여할 수 있다면 창조적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으리라 본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결국 디지털의 번쩍거리는 환경에 반기를 드는 게릴라들도 생겨났다. 캐나다 문화운동 그룹’애드버스터’는 2009년 ‘디지털 디톡스’라는 제목을 걸고 회원들과 함께 일주일간의 언플러그 도전을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아이폰, 엑스박스를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TV도 꺼야 한다.
이 캠페인을 통해 “종이와 펜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메일은 당신을 기다려주니 조급해하지 말라”, “생각을 정리한 뒤 , 필요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알면서도 이 디지털의 중독성을 쉽게 떨쳐내기 힘들다. 아날로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나 또한 PC를 통해 이 글을 쓰고 있고 당신 또한 이 글을 인터넷을 통해 읽고 있을 테니…
다행히도 자료에 의하면 최근 편지지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미비하나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소소하게 즐기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에 위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