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의 여가 추천 No.2)
기무라 타쿠야와 함께하는 즐거운 주말 만들기
‘일본 최고의 스타’ ‘결혼하고 싶은 일본 남자 배우 1위’ ‘SMAP 출신’ ‘원빈이 닮은 배우’ 등등……. 그를 수식하는 매력적인 말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사실 그 어떤 것도 나에게는 먼 이야기 일 뿐이었다. 드라마 ‘히어로’를 통해 그를 만나기 전 까지는.
2007년이었던가, 2008년이었던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대학로 CGV에 걸린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히어로’라는 이름의 영화 포스터 속에 비춰지는, 빛나는 눈빛을 하고 있는 옆 모습. 그을린 얼굴 색과 갈색 머리카락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 포스터 한 장의 기억으로부터 나는 그의 드라마 세계로 이끌렸고, 기어이 다른 많은 이들처럼 그에게 매료되어버렸다.
‘히어로’.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Heros)가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무렵, 비슷한 이름을 가진 이 드라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일본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마침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을 때라 학원 동료들에게 볼 만한 드라마 추천을 받았는데, 일본 마니아였던 그들의 입에서 빠지지 않고 나온 드라마 이름이 바로 ‘히어로’였다. 그 이름을 듣고 나는 이전에 보았던 그 포스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어느 새, 첫 에피소드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매력적인 웃음을 가졌다.
사진 속에서 기무라 타쿠야는 다른 배우들처럼 많이 웃지를 않았다. 방한 인터뷰에서도 조용히, 수염 난 아저씨의 얼굴로 이야기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몰랐다. 그가 매력적인 웃음을 가졌다는 것을. 그러나 ‘히어로’의 주인공인 검사 쿠리우(기무라 타쿠라 역)는 너무도 천진난만했고 특이했으며 무엇보다도 너무 잘 웃었다. ‘히어로’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검사 쿠리우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 해 나가는 것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은 드라마다. 일본 드라마답게 인물들 간의 관계 보다는, 직업과 에피소드에 더욱 초점을 맞춰 만들었다.
2001년에 만들어져, 일본에서는 아주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로, 기무라 타쿠야가 극 중에서 입었던 갈색 패딩 잠바는 어떤 곳에 가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이뤄 냈다는 후문이 있다. 그 큰 인기를 업고 2007년에 영화 히어로가 만들어져, 또 다시 일본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일본 영화는 대부분 드라마와 큰 줄거리가 이어져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지, 한국에서는 기무라 타쿠야 본인의 홍보 방한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유명한 배우이면서도 아직 한국인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기무라 타쿠야. 그를 이번 주말에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서 이번에는 기무라 타쿠야가 나왔던 재미있는 드라마 몇 편을 소개한다.
1. 히어로
Ø 중졸의 학력으로 검사가 된 이전의 불량 학생 쿠리우 코헤이의 이야기. 검사실에서 따분하게 책을 펼치는 것 보다 홈쇼핑이 좋고, 사람들과 격 없이 이야기 하는 것이 좋아서 그래서 늘 피해자들과도 터놓고 이야기하는 그. 그런 그이기에 그가 맡은 사건들은 언제나 신선한 시각으로 실마리를 얻게 된다. 학력과 실력을 의심하던 동료들도 그의 열정과 독특한 방법에 점점 더 빠져 들게 되어 결국 쿠리우 코헤이로 인해 서먹서먹하던 검사실이 조금 더 따듯한 공간으로 변해간다. 일본에서는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시청률 30%를 넘는, 미니시리즈로써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운 드라마다.
2. 프라이드
Ø 실업단 아이스 하키팀인 블루 스콜피온스와 그 주장인 사토나카 하루의 이야기. 사실 2004년에 만들어진 프라이드라는 드라마는 기무라 타쿠야가 2003년에 찍은 굿럭(파일럿 이야기)과 2005년에 찍은 엔진(카레이서 이야기)과도 드라마가 주는 느낌이나 줄거리를 비슷하게 가져간다. 하지만 훌륭했던 나머지 두 이야기들을 제치고 프라이드를 꼽은 이유는, 그 중에서도 프라이드가 가장 기무라 타쿠야답기 때문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외로운 한 남성으로써 약간은 어린애 같기도 한 그의 모습을 담고 있는, 그러면서도 하키 팀 주장으로써의 정렬을 품고 있는 드라마 속의 그는, 쿠도 시즈카와 결혼하고 첫 아이를 출산했던 그 때 그 시절의 그가 그대로 담겨 있는 듯 하다.
3. 체인지
Ø 2008년 작품으로, 이후 기무라 타쿠야가 찍은 드라마 중에 이렇다 할 재미있는 작품들이 없었기 때문에, 추천 할 수 있는 가장 최신작이다. 시골 학교의 선생으로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으며 지냈던 젊은 기무라 타쿠야가 우연히 정치계에 입문, 최연소 총리가 되면서 겪는 우화를 그린 드라마다. 부패하고 또 부패한 정치계에서 약간의 깨끗함이라도 담아 보려 했던 극 중 기무라 타쿠야의 행보는,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이 드라마는 맨 마지막에 23분에 달하는 정치에 대한 설교로 막을 내리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정치에 대한 일본인의 시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것에는 긍정적이다. 또한 총리를 간접적을 비판하는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인기를 얻으며 끝까지 방영 될 수 있었다는 점은 역시 아직 우리나라가 따라가지 못한 선진국의 면모가 아닐까.
이 번 글을 통해 총 3개의 드라마를 소개 해 보았다. 하지만 기무라 타쿠야는 90년대부터 매년 1~2개의 드라마를 촬영 했었고, 또한 그 중 대부분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만큼 이 외에도 그의 이름을 내 건 재미있는 드라마는 많이 있다. 다만 대부분의 드라마가 기무라 타쿠야를 위해 만들어지고 상영되었다는 주변 여건 상, 다양성 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적으로 그의 드라마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주옥 같은 작품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맞지 않는 작품들이 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일본 최고의 배우로 아직까지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기무라 타쿠야의 비결, 이번 주말 드라마를 통해 한 번쯤 알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