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에서의 ‘사랑’이라는 단어만큼이나, ‘컨셉’은 마케터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 하나이다. 잘 알고 있고, 자주 사용하고 있지만, 마케팅 활동에서 ‘컨셉’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만들어진 ‘컨셉’의 요건은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보았다.
사람들은 외부의 사물이나 현상과 접촉하여 시각, 청각 등 오감으로 경험한 것들을 컨셉을 동원하여 인식한다. 컨셉이 없는 경우 사물을 보아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경험을 붙잡더라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소비자가 제품ㆍ서비스로부터 얻는 감각적 경험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감각적 경험들을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컨셉으로 정리해주어야 소비자가 제품ㆍ서비스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경험인 물리적 제품, 제품의 유형요소가 언어 컨셉과 하나로 통합되었을 때 브랜드에 대한 차별화된 완전한 인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감각으로 파악되는 내용’이 결여된 컨셉은 신뢰를 주지 못하고, 감각으로 파악되는 경험도 이를 정리한 ‘컨셉’이 없으면 인식은 불안정하다.
제품의 유형요소와 언어 컨셉의 통합이 잘 이루어진 예
반포의 래미안 퍼스티지는 ‘천년이 지나도 빛나는 곳’이라는 컨셉으로 분양을 시작하였다. 이 단지는 경북 고령에서 가져온 수명이 1,000년이 넘는 느티나무를 심고, 1,000년이 지난 후에도 이 나무는 우리의 삶을 지켜볼 것이라고 나무에 ‘영원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또한 1,000평의 연못을 조성하고 그 아래 연못을 지키는 수호신의 상징으로 1,000근이 청동 해태를 만들었다. 1,000이라는 숫자와 연결되는 감각적 상징물이 없었다면 공허하게 느껴질 언어컨셉을 감각적 상징물로 뒷받침 함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컨셉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제품의 유형요소와 언어컨셉이 불리하게 작용한 예
제품 컨셉이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거나 브랜드 명이 변화하지 않는데 유형요소를 변경하여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사례도 있다. CJ가 삼호의 부산어묵을 인수했을 때, 포장을 고급스럽게 개선한다고 빨간색의 부산어묵의 로고를 검정색으로 고급스럽게 바꾸었는데 오히려 매출이 떨어졌다. 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구매가 저조했는데, 오랫동안 보아왔던 색깔과 다르니까 마치 다른 제품으로 인식한 것이다.
감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제품 요소를 대상으로 한 컨셉으로 인해 소비자가 제품ㆍ서비스의 경험을 붙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음이온이 발생하는 에어컨’, ‘원적외선이 방출되는 돌침대’, ‘코엔자임 성분이 강화된 화장품’ 등은 소비자가 오감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공허하게 들리는 컨셉이다.
출처: 김근배(2009), 컨셉 크리에이터(Concept Crea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