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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 절대 안 해!” 혹은 “결혼? 남자친구도 있고 지금도 충분히 즐거운데 왜 해야 되는데?”또는 ”서른 넘어서 커리어 쌓이면 그때 생각해보려고”, 제가 결혼하기 전에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에 항상 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주위에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친구들이나 현모양처가 꿈인 친구들을 보면서 일에 대한 욕심이 없는 여성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옛날 어른들 말씀대로 결혼 안 한다는 애들이 제일 먼저 간다고 하더니 그 말을 증명하고야 말았습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비롯한 주위사람들은 아직도 제가 결혼한 것이 꿈만 같다고 합니다. 저도 가끔은 꿈만 같기도 하고, 꿈이기를 바랄 때도(1초 정도)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꿈이 아니어서 좋습니다. 저의 꿈같은 6개월간의 결혼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결혼은 ‘결심’이다
결혼 전에 남편과는 열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싸웠습니다. 결혼을 준비하기 전까지는요. 하지만 많은 커플들과 똑같이 저희도 결혼을 하기로 하고 준비하는 과정 동안 싸움을 시작하면서 하루에도 열 번은 싸웠을 뿐만 아니라 싸웠던 것을 다 합치면 회사사람들의 손가락, 발가락으로 세어도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하면서 결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결혼을 결심하기 전 연애만 할 때가 그리웠지만 그래도 부모님께 결혼결심을 말씀 드렸기 때문에, 제 성격상 뱉은 말은 지켜야 했기에 결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 있어서의 결혼은 단순한 말다툼과 의견차이가 있어서 취소할 수 있는 것의 수준이 아닌 큰 결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어 인생의 성공과 행복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서 같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 확신이 들어 결혼하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겠다고 결심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결혼이었습니다. 그 결심이 아니었다면 6개월의 길지 않은 시간 조차도 결혼생활을 해온 것은 어쩌면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나 혼자가 아니다
저희 신랑은 1남 3녀 중 막내라 시부모님께서는 이미 형님 세분을 시집을 보내셨고 저희 집은 제가 첫 결혼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시어머님께서는 다른 집처럼 까다롭지 않으신 분이시고, 상견례 때도 저희 엄마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며 최대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하도록 신랑에게 신신당부 하실 정도로 저를 배려해주시는 분 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희 엄마였습니다. 제가 큰딸이었기에 엄마는 남들이 하는 만큼 혼수면 혼수, 예단이면 예단,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해서 보내야겠다는 큰 결심을 하셨던 것 같았습니다. 저희 어머님께서 예단비를 돌려보내실 때에는 엄청나게 화를 내셨고, 이바지 음식은 절대적으로 해야 한다며 갈비 한 개씩 포장하고, 동태전위에 앵두모양도 내는 등 손으로 직접 해주셨습니다. 어머님께서 예물을 보내주셨을 때에는 예단비도 받지 않으셨는데 예물을 보낸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며 무지막지한 화를 내셨고, 결국에 저는 결혼식 전날 “엄마가 결혼해!”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엄마께서 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기에 남들보다 더 멋진 결혼식을 만들어 주고 싶으셨던 것을요. 그러나 그때의 전, ‘결혼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둘러싸여 엄마와 신랑, 여러 사람과 부딪히면서 결혼식을 준비했었습니다. 지금의 저라면,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무엇이든지 맞춰드렸을 겁니다. 아마도, 제가 엄마가 되어 딸을 시집 보낼 때에는 저희 엄마보다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는 결혼식 주인공 신드롬에 사로잡혀, 엄마뿐만이 아니라 신랑도 꿈꿔왔던 결혼식을 실현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무한대의 사랑과 무한대의 살인충동(?)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남편이라는 존재는 드라마에 나오는 완벽한 존재일 줄로 알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아내를 태우고 직장에 데려다 주고, 퇴근하여 쇼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주말에는 아내와 데이트를 즐기는 그런 남편을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남편은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와는 약간(?) 달랐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는 하지만 알람시계가 울려도 듣지 못하고, 집에 있을 때에는 쇼파에 누워있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주말에는 항상 축구를 다녀와서 집에서 쉬는 등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해가 안가는 점도 있었지만, 최대한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맞춰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그만 제가 폭발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갑자기 이런 부분을 불평하며 화를 내는 저에게 남편도 화를 냈습니다. 남편의 입장은 “나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어!”였고 저의 입장은 ”왜 나만 집안일 해야 해?”였습니다.
좀처럼 저희 둘 사이의 갈등은 좁혀지지 않았고 위와 같은 생활패턴의 차이로 싸움의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제가 일방적으로 남편의 모습을 상상하고, 그 가상의 남편의 모습과 실제남편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바라는 것도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 그대로를 인정해 주지 못하고 변화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도 말입니다.
남편도 저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요? 아침에 예쁜 얼굴과 다정한 목소리로 잠을 깨우고, 보글보글 맛있는 찌개를 끓여 아침상을 차리고, 달콤한 뽀뽀를 하면서 배웅하고, 퇴근하면 맛있는 저녁이 차려져 있고, 애교있는 말투로 “여보, 오늘 고생했어요”라고 말하는 아내를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드라마에 나오는 아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주 늦게 귀가하고, 아침에 퉁퉁부은 얼굴로 소리지르며 “오빠, 알람시계 좀 꺼봐!”라고 소리지르고, 아침은 간단히 차안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밤늦게 먹고, 빨래가 쌓이도록 놔두고, 구겨진 와이셔츠를 입은 남편에게 “오늘만 버텨봐, 내일 다려줄께”라고 말하는 저의 모습이 남편은 항상 좋았을까요?
상대방에 대해서 기대하게 되고, 상대방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내가 하는 만큼 상대방도 맞춰주길 바라는 이런 생각들은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 일겁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에 바뀌는 것은 어렵지만 저도 요즘에는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기 전에 한번 더 남편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참을 인忍을 오천개는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대화의 기술
연애할 때, 저는 남편과 처음 맞게 된 제 생일날 굉장히 실망을 했습니다. 남편이 생일선물을 어떤 것을 사주면 좋겠냐는 질문에 “괜찮아”라고 말했던 것을 아직도 후회합니다. 정말 제 남편은 아무런 생일 선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때에도 정말 괜찮다고 말해서 선물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올해 생일은 달랐습니다. 남편이 알아서 선물과 이벤트를 준비했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구둣가게에 가자고 해서 구두를 선물 받았고 외식하자고 데리고 나갔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속상하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앞으로도 생일 선물은 콕 집어서 “나는 OOO를 생일선물로 사줬으면 좋겠어/ 내가 골라놓은 것이 있는데 생일이니까 살거야”라고 남편에게 말할 겁니다.
이제는 남자와 여자, 아니 적어도 남편과 저의 의사전달 방식이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남편이 좋아할 것 같은 선물을 사서 주지만 남편에게는 제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말하고 사달라고 명확하게 의사를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요. 분명히 남편에게 마음이 상했는데, 마음에 담고 있고 남편이 알기를 바라면 아마 죽을 때까지 모를 겁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바를 명확하게 말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남편에게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결혼, 더불어 사는 삶
가만히 보면 남편은 참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위에서 남편 욕은 실컷 해놓고 남편자랑을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야근도 많이 하고 일의 성격상 외박도 하고, 출장도 하는 저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남편의 직업은 저와는 다르게 출퇴근 시간도 일정하고, 외박할 일이 없습니다. 남편이 저보다 5살 많고, 어느 정도 직급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 남편은 야근하고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온 저를 보면서 안쓰러워 화를 낼 때도 있지만 제가 일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노력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집안 청소, 설거지, 밥짓기를 해놓고는 합니다. (남편은 성격상 설거지는 기본 1시간, 청소는 기본 3시간이 걸립니다.)
남편은 제가 집에 도착하면 밥도 안 먹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혼자서 10년을 넘게 자취했기 때문에 요리해서 알아서 혼자 먹을 수 있지만 혼자 먹는 것을 싫어하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도 남편이 고생하고 집에 와 제가 차려준 맛있고(?) 따뜻한 밥상을 먹는 것을 보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도록이면 늦은 시간이어도 저녁을 차려주려고 일을 서둘러 마치고 집으로 가게 됩니다.
물론, 저도 남편과 똑같이 일을 하고 있고 저녁밥을 짓는 것이 제 의무는 아닙니다. 저녁을 준비하다가도 “왜 나만 밥해야 해?”라고 욱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로 싸운 적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차려준 밥을 맛있게 먹는 남편을 보면 짜증났던 마음이 가라앉게 됩니다. 아마도 남편도 퇴근하고 피곤하지만 청소와 설거지를 했던 건 제가 퇴근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흔히들, 일과 결혼의 성공을 동시에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자가 일을 하게 되면 가정을 과 모성을 포기한다고요. 그렇다면 커리어를 쌓고 성공하고 자리를 잡아 유능한 여성이 된 후에 결혼을 해야 할까요? 정말 결혼을 하면 제 커리어는 끝난 것일까요? 저는 아직도 정답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저는 결혼을 했고 아직까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결혼과 일을 병행하면서 힘든 점이 많았고, 포기해야 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남편도 마찬가지였을 것 입니다.
저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을 하는 저를 남편이 이해해주듯 상황에 맞게 상대방을 배려해서 서로가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상대방에게 해야 할 일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것이 제가 6개월 동안 깨달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첫번째 방법입니다. 아직 나아갈 길이 먼 저희 부부이지만, 오늘도 야근할 저를 위해서 청소와 설거지라는 소리 없는 응원을 하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맛있는 저녁메뉴를 구상해야겠습니다.
*후기: 결혼에 대해서 글을 쓰기로 생각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보다 결혼을 먼저 하신 분들이 많은데, 혹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많은 분들이 제가 아직 행복한 것은 결혼을 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셨기 때문에 제 글을 보고 ‘아직 멀었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많은 험난한 고비와 시련이 많이 남아있겠죠? 그러나 저는 일도, 사랑도, 결혼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언젠가는 좋은 엄마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완성하고 성공한 여성이 될 때까지, 파이팅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