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보는 [나는 가수다]의 매력

2011-09-26   조회수 : 5655

 

2011년 TV 프로그램 중 가장 핫이슈는 단연 ‘나는 가수다’이지요.
저도 본방 사수는 거의 못했지만 IPTV 서비스로 대부분 챙겨 봅니다.
한때는 ‘나가수’를 못 보면 대화에 낄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매회를 챙깁니다.
한참 제안서 때문에 주말마다 출근할 때는 TFT와 함께 회의를 하다가
‘나가수’ 시간이 되면 치맥을 시켜놓고 다같이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survival program
 
사람들마다 제각각 ‘나가수’를 보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대략 몇 가지 큰 이유들은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대중 음악에 대한 진지한 접근으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거나,
가수들의 재능을 새롭게 발견하는 쏠쏠한 재미, 비슷비슷한 아이돌 그룹에 대한 식상함을 보상받는 기분,
경연이라는 시스템이 주는 흥행성 등등…
 
나 또한 ‘나가수’를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연’이라는 시스템 때문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꼴찌보다는 1등에 관심이 많다는 정도…
그런데 그 1등을 기준으로 보면 ‘나가수’의 ‘경연’은 우리의 ‘비딩’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청중평가단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청중평가단의 기대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
‘나는 성대다’의 요소는 필수일까?
이런 편곡은 식상하지 않을까?
반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테크닉인가, 감성의 전달인가?
어떤 편곡, 해석이 먹힐까?
경쟁 가수들은 이번에 어떤 준비를 할까?
어떻게 하면 내가 도드라져 보일까?
1번은 과연 잊혀지는 순번인가?
실험적으로 갈 것인가, 가장 모범적으로 답을 찾을 것인가?
동정표, 고정 지지층, 전략적 투표는 존재하는가?
 
 sora lee
 
이소라가 실험적인 접근으로 예상보다 빠른 탈락을 한 배경에는
나가수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되면서
참가자라기 보다는 프로그램의 대변자로서 자극성에 대한 비판을
‘실험적’이라는 순기능으로 방어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청중평가단은 한 번은 인정했지만, 두 번은 거부했습니다.
 
‘레전드’급 인순이가 등장하면서 ‘동요만 불러도 1등’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 첫 번째 경연에서는 3위의 성적을 받았습니다.
너무 ‘인순이’다운 노래를 ‘인순이’답게 불렀지 않나 싶었는데..
그들은 ‘조금 더’를 원했습니다.
 
아마 장담하건데 조용필, 이미자, 나훈아가 나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청중평가단이 레전드로 인정하는 것은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입니다.
일단 무대에 오르면 ‘레전드’도 평가의 대상일 뿐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새롭기를 원하고, 예상을 빗나갑니다.
 
나가수의 1등이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가 비딩에서 ‘Win’을 쟁취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가수들이 경연을 앞두고 자신의 무대를 기획하는 방식은 우리가 비딩에 참여하기 위하여 기획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습니다.
뭐랄까 이론을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자신을 어필하기 위한 그 예민한 감각, 촉이라는 것을 총동원할 때의 느껴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것이 나가수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막연히 생각해 왔던 건데… 어제 문득 이렇게 생각이 정리되어서 적어봅니다.
혹시 나만 그런가요?
 
2011년 8월 30일
s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