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7월 개최한 ADOBE CS3 신제품 발표회는 꺼리가 많았다. 즉 CS3는 CS2 버전과 달라진 점이 기능과 인터페이스 자체에서 매우 확연했기 때문에, 워딩으로나 이미지적으로도 아주 많은 포인트 중에서 강조할 몇 개를 되려 고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마케터의 입장에서 꺼리가 많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슈화 할 소재가 많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S4는 이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단품간 연동의 완벽한 통합, 플래시 기능의 획기적 향상, 운용속도의 향상 등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주목할 만한 변화가 많지만 CS3가 놀라운 통합, 이었다면 CS4는 CS3가 보다 완벽히 통합되었다, 는 개념이기 때문에 CS3 런칭 때에 비하자면 임팩트는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변화된 점을 브로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설명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있다. 하지만 고객은 강의를 듣는 학생이 아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을 기다려줄 수 없다. 상상해보라, 만약 TV CF 1개가 15초가 아닌 15분이라면 과연 몇 명의 사람이 끝까지 채널을 돌리지 않을 것인가. 한 눈에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눈을 사로잡는 소비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건 실제로 사용해보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그 이점을 납득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이다.
EI(Event Identity)를 구상하는 초기에 기획자는 상품의 주요 특장점을 이해하고, 이 중 고객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몇 가지를 골라 컨셉화 한다. 이것이 신제품 런칭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마케터는 상품에 대해서 누구보다 그 본질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100%의 표현이 아니다, 100의 input은 맞지만 output은 예리한 눈으로 100 중 단 몇 개의 %를 골라내야 하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일이다. 본격적으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이메일을 만들고, 그래픽 제작물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일관된 컨셉이 필요했다. 꺼리가 부족한 가운데 어떻게 사람들에게 비쥬얼적 요소로 기대감과 호기심을 주고 싶었다. 그 포인트는 무엇일까?
100퍼센트 완벽하게 결합된 통합 소프트웨어, 플래시 기능 및 전반적인 프로그램 속도와 효율성, 이런 딱딱한 문장들 가운데에만 있다면 컨셉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유형적, 무형적 요소를 다양하게 떠올렸다. 그래, 제품 박스에서 무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얇은 CD 케이스가 아닌 하드커버의 박스형태로 제품이 판매되는데 제품 그 자체, 프러덕트 박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우선 CS4 런칭에는 평면적이고 정적인 사이트는 어울리지 않았다. 만들고 싶지 않았다. 아래의 세 가지 키워드를 말하며, 디자이너에게 작업을 의뢰했다. 기획자의 머리에서 이제 디자이너 머리로 간 상징들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되기 시작했다.
ð 공간감
ð 동적이고 입체적인 느낌
ð 완벽하고 완전한 통합을 상징
이미지만으로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 무언가 생각 이상의 새로운 것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감성을 터치하고 싶었다. 이런 느낌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려나갔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금의 메인 페이지는 처음 구상 당시에는 서브 페이지였다. 서브 페이지의 이런 입체적인 느낌이 더 잘 살아 있었고, 서브 페이지로 디자인되었던 시안은 메인페이지로 결정되었다. 메인은 물론 서브페이지에도 이런 입체적인 느낌을 계속 지속되게 하였다. 각 페이지마다 디자인 요소를 달리하고, 화면에 붙어있는 이미지가 아닌 움직이는 객체로 사이트 전체에 생동감이 돌게 구상하였다.
고객의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들을 기회는 없었지만, 큰 곡선의 바운스로 돌아오는 반향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메일 발송부터 사전등록자가 하루가 다르게 놀랄 만큼 올라갔고, 나 스스로도 도달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전등록 1만명의 목표가 달성에 자신감이 생겼다. 난 생각한다. 우리의 의도를 고객이 보이지는 않으나 ‘느낀’ 것이라고.
너무 말랑말랑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건 ‘진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때로 화려한 미사여구의 광고와 마케팅은 거짓말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을 보다 알리기 위한 마케터의 진심이다. 수천 개의 메일이 발송되고, 수백 개의 웹사이트가 생겨나고, 수십 개의 광고가 새로이 release되는 매일, 그 속에서 자신이 마케팅 하는 상품을 고객의 눈과 귀에 '잘' 닿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잘'을 위해 상품을 보다 돋보이게 디스플레이하고, 개성을 강조하고, 예쁜 포장지로 싸는 것이 마케팅이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사실'이다. 사실을 강조하거나 보다 멋진 표현으로 바꿔 말할 수는 있지만, 거짓을 말할 순 없다. 이렇듯 겉만 번지르르한 상품이 아니라, 그 속의 본질을 가장 잘 알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여 널리 알리는 것이 마케터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의 번지르르함은 가식이 아닌 가장 진실에 가까운 화려함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고객에 마음에 닿기를 진심으로 원하는 마케터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잘하고자 하고, 진심으로 성공하기를 원하고, 진심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 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염원이 한데 모이는 것.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그 마음들, 바로 그것이 바로 무엇보다 선명한 실체이지 않을까.
특히 이번 신제품 발표회에서는 영상과 무대 부문을 믿음직하게 진행해주신 영상장비 M, 고된 일정을 너무나 잘 소화해주시고 끝까지 행사의 손과 발이 되어주신 전문인력 S, 엄청난 참가인원이 몰려든 행사장 관리를 고운 미소로 운영하신 도우미팀, 늘 막강한 실력으로 귀과 입이 되어주시는 통역사팀, 행사장의 데코레이션의 시작과 끝을 맡아주시는 전문출력 P까지.
그리고 우리 제작국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의 생각에 영감과 자극을 받아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 네오다임에서 얻을 수 있는 큰 경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 겨울날 함께 고민하고 밤을 지새며 전력을 다해준 제작국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 그것 마케팅, 삶 무엇에게나 마찬가지다.
굳은 의지가 없다면, 감사가 없다면,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없다면, 오늘 하루는 의미가 없다.
늘 마음이 살아 있는, 진심이 느껴지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1만여명이 넘는 사람이 웹사이트를 통해 사전등록을 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4,000명이 넘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12월 4일 아침 코엑스 그랜드볼룸의 모여 참석한 사람들조차 대규모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그 인원 규모에 놀라게 했던 지난 겨울. 그 겨울의 찬 바람을 관통한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