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마케팅 흐름을 통해서 본 마케팅 아젠다

2014-09-02   조회수 : 8415

IT에 몸담고 마케팅을 한 것이 20년 남짓 되어 간다. 그 기간이 국내 IT산업이 활황이었던 2000년 대를 포함한 그 전후 시기였던 터라,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게도 IT 마케팅의 급속한 변화와 발전과정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었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학문적으로 프레임화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시대의 흐름과 시장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인데다, 변화의 속도로 이야기하자면 IT산업을 능가할 분야가 없는지라, 그 기간 IT 마케팅을 하면서 경험한 변화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오해 없기를 바란다. 얼마 되지 않는 IT마케팅 경력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IT마케팅 경험을 굳지 서두에 꺼낸 이유는 오늘 날의 마케팅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개인적으로 마케팅의 역사와 체계를 논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최근의 마케팅의 변화 방향이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IT마케팅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향후 마케팅의 변화를 고려할 수 있는 기본이 될 것이라 생각되어 어설프게나마 정리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경험과 이해를 전제로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마케팅의 학문적인 관점의 흐름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IT 마케팅의 현장에서 경험하고 파악한 것으로, 시기상의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으나 전반적인 맥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캐즘 마케팅 - IT 마케팅의 태동(1990년 대 초반)

 

[그림1 - 제프리 무어의 기술 수용 주기]

 

IT마케팅이 일반 마케팅과 구별되기 시작한 계기는 1991년 제프리 무어(Geoffrey A. Moore) "캐즘(Chasm)" 개념을 제안하면서부터라고 본다. 캐즘은 제프리 무어가 "Crossing the Chasm"을 통해 제안한 개념이다. 1950년대 에버렛 로저(Everett Rogers)가 제시한 기술 수용 주기(Technology Adoption Lifecycle)를 바탕으로, High-Tech산업에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위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불리는 선각 수용자와 전기다수 수용자(Early Majority)사이에 존재하는 "캐즘"을 얼마나 빨리 넘어가느냐가 중요한 열쇠라는 것이다. 지극히 개념적인 설명이지만 이를 통해 IT 시장 초기에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많은 기업들의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었다. 캐즘이라는 개념이 꼭 IT 시장에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은 아니겠으나, IT 시장만큼 뚜렷하게 캐즘의 존재가 확인되고, 캐즘의 극복여부로 성공 여부가 명확하게 결정되는 시장은 없을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이 캐즘 극복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엄청난 마케팅 예산을 기반으로 물량으로 공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거니와, 좋은 제품 또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 초기에 얼리어답터 또는 경쟁력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한 후에 이를 활용하는 교과서적인 방식은 이때부터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어쨌든 이후로 '얼리어답터의 확보' '캐즘의 극복'IT마케팅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캐즘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이 시기IT마케팅의 기본적인 틀이 형성되어 갔다고 볼 수 있다

 

 

이반젤리즘(Evangelism) 마케팅 - 캐즘의 극복(1990년 대 중후반)

어떻게 효율적으로 캐즘을 극복할 것인가는 IT 마케터의 기본적인 과제가 되었다. 캐즘 극복의 핵심은 가능한 빨리 극복해야 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캐즘의 극복이 오히려 이후 시장 확장의 모멘텀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시기에 가장 주목해야 할 성공 모델은 "이반젤리즘 마케팅"이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1990년 대 후반은 "이반젤리스트(Evangelist)"라는 직함이 무척이나 낯설었던 때이다. IT업계에서 최초로 이반젤리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Apple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반젤리스트를 마케팅에 활용해서 성공한 기업은 단연 Microsoft이다. Microsoft에서 이반젤리즘 마케팅의 탄생은 Windows의 성공과 맞물려 있다. 기존 DOS기반 컴퓨팅 환경에서 최초로 GUI 환경의 컴퓨팅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은 Apple이었고, IBM 역시 PS/2라는 GUI 환경의 운영체제를 발표하고, Microsoft Windows를 개발하여 뒤쫓고 있던 상황이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역사는 이 경쟁의 승자는 Microsoft였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림 2 - Windows 3.1 바탕화면]

 

Microsoft가 이 경쟁의 승기를 잡은 것은 Windows 3.1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Windows 3.1은 시장의 우려와는 다르게 대성공을 거두었고, 캐즘의 문제도 없이 빠르게 PC 시장에서 성장해 갔다. 바로 이 성공의 뒷면에 이반젤리스트들이 있었다. Microsoft Windows 3.1을 개발하면서 이반젤리스트들만으로 이루어진 별도의 조직을 만들게 된다. DRG(Developer Relations Group)로 명명된 이 그룹은 각 분야의 전문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반젤리스트들과 DRG 마케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들은 Windows 3.1이 시장에 발표되기도 전에, 베타 버전을 들고 그 당시 DOS 기반에서 성공했던 애플리케이션 제작사들을 찾아간다. 이반젤리스트들은 이들 제작사들과 1:1로 관계를 형성하며 정식 버전의 발표 시점에 맞춰 이들의 애플리케이션도 동시에 Windows 3.1 기반으로 발표되도록 지원했고, 마케터들은 이들에게 필요한 각종 기술자료와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시장의 성공을 이끌어 낸다. 이후 DRG 그룹은 다양한 요구에 따라 변화해 왔고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조직 자체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이반젤리스트를 포함한 이반젤리즘 마케팅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면서 Microsoft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의 경우에는 분산환경을 기반으로 한 Windows 아키텍처와 오라클의 대항마인 SQL Server를 출시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이반젤리즘 마케팅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이후 이반젤리즘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초기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얼리어답터들을 빠르게 확보하고 캐즘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된다.

 

 

관계 마케팅과 온라인 마케팅 - 온라인 확장(2000년 대 초반)

2000년으로 넘거가면서  IT 시장의 경쟁은 급속도로 플랫폼 전쟁으로 변환된다. 플랫폼 전쟁의 이면에는 폭발적인 PC 보급, 웹의 등장, 기업의 IT 투자 확장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네트워크의 급속한 확산,  발전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IT 투자를 고려하는 기업들에게 플랫폼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게 된다. 플랫폼이란 복잡한 요소 기술과 제품의 집합체로 단일 제품의 마케팅으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소위 Y2K 이슈를 시작으로 기업의 IT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개별 제품보다는 플랫폼의 관점에서 도입이 고려되고 복합적인 관접에서 기술과 제품이 평가되기 시작했다. 혁신적인 플랫폼의 도입은 많은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학습곡선(Learning Curve)이 길어지고 도입에서 안정화까지 위험요소가 증가되는 단점이 있기도 했다. 따라서 IT 마케팅의 관점은 어떻게 하면 학습곡선에 대한 부담과 도입에 따른 위험부담 우려를 줄이면서 플랫폼 우위를 전달할 것인가로 옮겨졌다. 또한 이 시기 폭발적으로 확장된 웹으로 온라인이 활성화되면서 IT 마케팅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시작한다. 이 시기 해외에서는 블로그를 중심으로 한 개인 미디어의 성격이 초기 온라인 상에 강하게 드러난 반면, 국내는 게시판과 카페 위주의 커뮤니티 중심 활동이 강하게 자리잡게 된다. 이메일을 본격적으로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한편,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자사 기술에 대한 우호 세력을 만들어 내고, 그들에게 다양한 정보, 기술자료와 교육을 제공하여 준비된 인력을 양성하여 시장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시도가 이어진다. 단순 제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리나 플랫폼 전반과 시장을 포괄적으로 살피는 "생태계(Ecosystem)" 개념을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도입하게 된다. 당장의 제품과 기술 사용자도 중요하지만 이 시기 시장의 우호세력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플랫폼 도입의 성패를 좌우하기 시작했다. 직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목소를 내주는 "전문가"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교류하면서 집단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관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진화된 웹 기술과 함께 사용자의 프로파일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DB를 중심으로 정교하게 타게팅을 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게 된다.   

 

[그림 3 - AIDA 모델]

 

 

디지털 마케팅(Digital Marketing) - 마케팅 IT를 품다(2000년 후반 이후)

2000년 대 후반이 되면서 온라인 마케팅은 점점 조연에서 주연으로 자리를 넘보게 된다. 특히 SNS의 확장과 빅데이터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기존 협소한 관점의 온라인 마케팅을 벗어나, 적극적인 개념의 디지털 마케팅을 화두로 만들었다.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 글의 주제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다루지 않겠다. 다만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2가지 논점만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첫째는 마케팅과 IT 기술의 결합이다. 이 결합을 지금까지 마케팅의 관점에서는 불가능해서 블랙박스로 남아있던 영역을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어 주었다. IT 시스템의 도입은 고객과의 실시간 상호작용(Interaction), 마케팅 프로세스의 자동화, 데이터 분석을 통한 통찰(Insight), ROI의 극대화 등등 마케팅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둘째는 마케팅 컨텍스트의 변화이다. 기존의 마케팅이 시장조사와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인과성(因果性)에 기반한 마케팅이었다면,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관성(相關性)에 기반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디지털 마케팅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고, 당분간 마케터들의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다.

[그림 4 - 마케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의 변화, Source: chiefmartec.com]

 

 

무엇을 준비 할 것인가?

네오다임은 그간 IT 시장에서 다양한 마케팅 실전(Practice)을 수행해 왔다. 항상 고객의 관점에서 함께 고민하고 고객의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도적인 노력을 지속해 왔다. 최근 고객의 고민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미 IT 마케팅에서는 기본이 된, 캐즘을 고민하고 이반젤리즘을 기반으로 시장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DB를 중심으로 한 정교한 타게팅과 온라인을 활용한 풍성한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이제 모든 마케팅의 기본이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IT기술과 마케팅의 접목은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터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보들이 시장에 넘쳐나고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을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면서 대다수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그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에 대한 고려이다. 디지털 마케팅은 마케팅의 모든 과제를 디지털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커머스 관점에서는 O2O(Offline-to-Online)가 화두가 되고 있다. 이것이 마케팅에 시사하는 바는 전통적인 ATL, BTL의 개념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합하여 고객에게 어떻게 일관된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느냐가 마케팅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IT 기술이 기존에 마케팅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과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할 것이고, 해결해 주는 만큼 새로운 과제도 함께 안겨줄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이 신기술을 기반으로 마케팅 저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겠지만, 이 글에서 IT마케팅의 흐름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마케팅이 추구해온 본질에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변화가 지속될 뿐일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간의 경계와 구분을 허물고 숲의 관점에서 마케팅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관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은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마케터가 슈퍼맨이 될 수는 없다.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이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마케터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가 핵심이 될 것이며, 효율적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해 줄 준비된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전통적인 에이전시 역량을 기반으로 한 파트너로는 금방 한계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네오다임은 언제나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요구에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이 글에 담아낸 고민은 네오다임이 지금까지 발전해 온 기본 바탕이며, 네오다임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통합 마케팅 서비스는 그런 관점에서 고객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네오다임은 지금 시대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마케팅 파트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오늘도 이어가고 있다.

 

 

Weekly Insight 54호